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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에겐 피터캣 나에겐 통의동 스토리가 있다

어떤 책인가? “낮에는 커피를 내리고 밤에는 와인을 서빙하면서 그렇게 틈틈이 글을 썼다.” “I’m sorry, I’m writing. becoming Haruki!” (‘미안합니다. 글쓰는 중입니다. 하루키가 되자!’) 서촌, 통의동에서 글쓰는 PD가 된 지 벌써 3년.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처럼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지 못하는 것을 빼면, 나머지는 즐겁고 만족스러운 생활들이다. 무엇보다 글을 쓰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다. 가끔은 손님인지 친구인지 경계가 불분명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까페라는 공간은 가끔씩 그런 애매모호하면서도 인간적인 관계를 허용하는 맛이 있다. 그게 내가 까페를 만든 이유이기도 했다. 거기에 하나더 추가하자면, 나의 글쓰기가 포함된다. 낮에는 ..
어떤 책인가?

“낮에는 커피를 내리고 밤에는 와인을 서빙하면서 그렇게 틈틈이 글을 썼다.”

“I’m sorry, I’m writing. becoming Haruki!”
(‘미안합니다. 글쓰는 중입니다. 하루키가 되자!’)

서촌, 통의동에서 글쓰는 PD가 된 지 벌써 3년.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처럼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지 못하는 것을 빼면, 나머지는 즐겁고 만족스러운 생활들이다. 무엇보다 글을 쓰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다. 가끔은 손님인지 친구인지 경계가 불분명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까페라는 공간은 가끔씩 그런 애매모호하면서도 인간적인 관계를 허용하는 맛이 있다. 그게 내가 까페를 만든 이유이기도 했다. 거기에 하나더 추가하자면, 나의 글쓰기가 포함된다.

낮에는 커피를 내리고 밤에는 와인을 서빙하면서 그렇게 틈틈이 글을 썼다.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글쓰기도 일종의 리듬이라서 뭔가 가슴에 차오르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를 잘 골라서 리듬을 타야 글도 잘 써지고 효율성도 높다.

그런데 어김없이 그런 순간이면 손님이 들어온다. 주문도 넘친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글쓰기를 멈추고 까페 사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문제는 그 다음에 다시 까페사장에서 글쓰는 작가로 돌아가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번 집중력과 리듬감을 잃어버리면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한 법. 글발이 올라 한창 글쓰기에 속도가 붙었을 땐 야속한 느낌도 든다.

그래서 고민고민하다 미친 척하고 테이블 위에 표지판 하나를 세웠다. ‘I’m sorry, I’m writing. becoming Haruki!’
(‘미안합니다. 글쓰는 중입니다. 하루키가 되자!’)라고 큼직막하게 글씨도 적었다. 재즈바를 운영하던 시절의 하루키 사진도 그 안에 붙였다. 남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진짜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덕분에 나는 첫 장편소설 [내가 그리로 갈게](2014년)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피터캣’은 하루키가 전업작가로 등단하기 전,7년 동안 도쿄에서 운영하던 재즈바의 이름이었다.
사실 하루키도 전업작가로 등단하기 전까지 무려 7년 동안이나 도쿄에서 재즈바를 운영했다. 그 재즈바 이름이 ‘피터캣’이었다. 애초부터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하다 보니까 하루키와 비슷한 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단 그의 책 읽기를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건 그의 리듬감이다. 아마도 그 리듬감은 도쿄에서 재즈바를 운영하면서 몸으로 체득한 것들일 것이다. 나의 경우엔 하루 종일 까페에 앉아 재즈 뮤직을 듣고 있다. 벌써3년째이지만, 다행히 아직까지 지겹진 않다.

하루키에게 ‘피텃캣’이 있었다면, 지금 나에게는 ‘통의동 스토리’가 있다.
하루키처럼 까페를 운영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사람들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재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하루키는 나의 롤모델이다. 전업작가 ‘하루키’를 꿈꾸며 하루하루 일기 형식으로 쓴 글들이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요즘처럼 책 쓰는 일이 돈 안되고 미래가 캄캄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난 글쓰기가 즐겁고 재밌다. 사건의 인과관계를 사실로 추적해야만 하는 다큐멘터리를 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롭다. 하루키에게 ‘피텃캣’이 있었다면, 지금 나에게는 ‘통의동 스토리’가 있다.

‘유동인구도 별로 없는 골목길에서 이렇게 3년 동안이나 우리 가게가
살아남았다면, 거기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쓰게 된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불황의 깊은 터널을 지나면서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고 영업을 포기한다. 작가를 꿈꾸며 글을 쓴 다는 것 역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두려운 일이다. 난 어쩌면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 이 두 가지 일들을 모두 선택했다. 그것도 인적도 드문 서촌, 통의동의 오래되고 낡은 골목길에서 말이다. 가치로운 것들을 명예롭게 지켜낼 수는 없는 것일까. 결국 그것이 세상에 대한 나의 질문이었다.

유동인구도 별로 없는 골목길에서 이렇게 3년 동안이나 우리 가게가 살아남았다면, 거기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추억을 소중히 나누려 했던 마음, 그걸 위해서 남들은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실험들을 나는 이 공간 안에서 진행했다. 그 도전적인 실험과 시도들이 바로 이 책의 내용이다. 나는 이 한 권의 책이 우리처럼 조금은 비상식적이고 도전적인 방식으로 자신만의 개성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책이 고유한 운명을 갖고 있듯이, 사람이 살고 생활하는 모든 공간도 저마다의 가치와 운명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서촌의 작은 골목길에 자리잡은 우리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책에 기록된 일상의 소소한 기억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실하게 기록하려고 애썼다. 그것이 이 공간을 통해서 만나고 헤어졌던 사람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이 책의 기둥이 되었다.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서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만약 지금 이 한 권의 책을 읽으며 골목길 안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속닥거리는 이야깃 소리가 들려온다면, 그건 당신도 서촌의 골목길 속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주요저서:
[유레일 루트 디자인] (2010년)
[세상은 모두 다큐멘터리였다] (2011년)
[그리스의 시간을 걷다] (2012년)
[뒤늦게 발동걸린 인생들의 이야기] (2013년)
장편소설 [내가 그리로 갈게] (2014년)
(뮤지컬 시나리오) [뒤발리에] (2015년)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 철학과와 동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대학 재학 중 국내 최초의 대학TV 방송국, ‘서강TV’를
외부의 재정적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개국시켰다.
1995년 스물아홉의 나이에 설립한 ‘신촌영화창작소’에서
직접 각본과 연출, 제작을 했던 영화 [저물어가는 1989년]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후 KBS 객원PD로 활동하면서 ‘일요스페셜’과 같은 장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프로듀서의 길을 걸었다. 2000년 ‘다큐스토리’ 프로덕션을 설립, 시사, 문화, 예술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형식의 다큐멘터리들을 제작했다. 2009년부터 1년에 한 권의 책을 쓰겠다는 결심을 했고, 그 약속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유럽의 기차 문화를 다룬 [유레일 루트 디자인], 자신의 다큐멘터리 제작 경험을 담담하게 이야기한 [세상은 모두 다큐멘터리였다]를 비롯해서 모두 7편의 작품이 있다.
그중에는 장편소설 [내가 그리로 갈게] (2014년 작품)도 한 권 포함되어 있다.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며 쓴 자기개발서 [뒤늦게 발동걸린 인생들의 이야기]는 4,50대 독자들의 인기 속에 현재도 절찬 판매 중이다. 2013년 12월 경복궁 영추문 가까이에 있는 서촌, 통의동에 작업실과 까페, 와인바, 갤러리를 겸하는 복합창조문화 공간 ‘김PD의 통의동 스토리’를 오픈했다.

이 책은 지난 3년 동안 그가 서촌, 통의동의 골목길 까페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모은 글이다.
책 제목 [하루키에겐 피터캣, 나에겐 통의동 스토리가 있다]에 나오는 ‘피터캣’은 소설가 하루키가 전업작가로 등단하기 전, 7년 동안 도쿄에서 운영했던 재즈바의 이름이었다. 하루키처럼 전업작가를 꿈꾸며 그는 통의동 작은 골목길에서 조금은 남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만나 소통하고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 그가 살아왔던 독립적 삶의 결정체이자 아직 도달하지 않았던 꿈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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